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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및 꿀정보

치질수술후기 #3 (수술당일)

안녕하세요 이찌낀입니다.


제가 얼마전에 치질수술을 받았는데요. 정확히 말하면 치핵수술이에요. 네이버는 너무 보는 분들이 많아서 올리기가 좀 그래서 은밀하게 티스토리에다가 후기 써보겠습니당.

 -수술 당일

수술당일날은 이제 돌아갈 수 없는 요단강을 건넌 영혼마냥 터벅터벅 병원으로 향했다. 아..오늘 내 항문이 제대로 털리겠구나..이런식으로 털릴줄은 몰랐는데..



 병원에 도착하니 간호사분께서 환자복으로 환복하고 오라 하신다. 입고보이 생각보다 평범했다. 상상했던 환자복은 바지 엉덩이 부분이 뚫려있다고 생각했는데..


 환복을 하고 30분정도 기다렸을까? 수술실로 오라고 부른다. 두발로 수술실까지 걸어가서 누웠다. 먼저 항생제 주사를 엉덩이에 맞고 마취주사를 척추에 맞았다. 척추에 주사를 맞는다고 해서 엄청 긴장했는데 아프지는 않고 따끔한 수준이었다. 시간이 지나니 발에 따뜻해지면서 감각이 점점 사라지고 항문도 뜨거워졌다. 마취가 되고 있나보다. 10분정도 지났을까? 새우처럼 옆으로 누워서 수술을 받을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그로테스크한 자세로 수술을 받았다. 바닥을 마주본 상태로 엎드렸더니 사타구니 쪽에 의자가 위로 들리면서 엉덩이가 점점 하늘로 향했다. 그러고 바지를 벗고 구멍이 뚫린 천을 엉덩이에 덮은뒤 수술이 시작됐다.



 후기를 찾아보니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준다고 했는데 여기는 그냥 라디오를 틀고 수술을 진행했다. 사실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음악인들 항문에 무언가 침입하는 이런 급박한 상황속에서는 소음이라고밖에 생각이 안들것 같았는데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했다. 항문에 무언가 들어간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런디 아랫배가 아팠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고 그냥 불쾌한 수준이었다. 



 요즘 기술이 발달해서 레이저칼로 수술을 하고 지혈은 레이저로 지저서 진행했다. 그래서 그런지 중간중간에 타는 냄새가 살짝 났다. 잘가라...


 라디오 소리에 집중을 한지 20분 정도 지났을까? 의사선생님이 젠틀한 목소리로 수술이 끝났고 성공적이라고 하신다.

고생하신 의사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수술을 마치고 이동식 침대에 누워서 병실로 갔다. 도착하니 여자친구가 또 웃고있다. 여친은 내가 항문수술하는게 재밌는지 병원에 왔을때부터 계속 웃는다. 심지어 수술전 의사랑 수술 얘기 할 때는 혼자서 웃다가 진료실을 박차고 나갔다.ㅎㅎ 정말 여자친구 잘둔것같다.



 수술 끝나고 나서는 별 통증이 없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랫배가 조금 아파왔지만 크게 신경쓰일정도는 아니었다. 항문에 거즈가 박혀있어서 불편하기는 했지만 통증은 크게 없었다. 하반신 마취가 완전히 풀리기 까지는 배게를 밸 수 없다. 마취약이 뇌로 가서 머리가 어지러울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6시간정도 지났을까? 의사선생님이 오셔서 환부를 살피시고 소변을 보라고 하셨다. 소변은 성공적이었고 이로써 마취가 풀렸음을 알 수 있었다. 고로 나는 먹을수가 있고 배게를밸 수 있다.


 저녁은 전복죽이었다. 동치미국물과 장조림이 반찬으로 나왔다. 평상시에 죽을 안좋아하기도 하고 수술을 받은지 얼마되지 않아서 입맛이 없었지만 죽을 한숫갈 입안에 넣는 순간 살아있음을 느꼈고 죽은 증발해버렸다. 살면서 가장 맛있게 먹은 죽이었다. 역시 굶고 먹으면 뭐든 맛있는것 같다.



10일만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 이라는 영화를 한편 본 뒤 잠이 들었다.